한국의 음식문화 특징 중 오늘은 시식과 절식의 발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사계절이 어김없이 오고 가는 기후 환경에서 가는 철을 아쉬워하고 오는 계절을 반기는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 절기를 즐기는 풍습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지역에 따라서는 한 철만의 별미식품이 있어 시식(時食)으로 즐깁니다. 또는 절기에 따라 추울 때에는 추위를 이기기 위해서 더울 때에는 더위를 잊기 위해서, 봄에는 상춘을 위해서, 가을에는 국향을 느낄 수 있는 계절 음식을 즐기며 정서를 순화하였으며, 이런 관행이 절식, 명절 음식으로 이어져 내려왔습니다.
절식의 풍습은 농사를 위한 절기의 적절한 운영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즉, 절식이란 다달이 있는 명절에 차려먹는 음식이고, 시식은 계절에 따라 나는 식품으로 만드는 음식을 말합니다.
① 설날(元日, 元旦, 歲首, 元首, 元朝, 근신하며 경거를 삼간다는 뜻)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의 첫날(음력 1월 1일)을 맞아 새로운 몸가짐으로 가내 만복을 기원하며 세찬과 세주를 마련하여 조상님께 차례를 올립니다.
이 날은 모두 새 옷으로 단장하고 조상님께 다례(茶禮)를 드리는 날입니다. 이때 어느 음식보다 정결한 떡국과 함께 만두, 약식, 인절미, 단자류, 주악, 편육, 빈대떡, 강정류, 식혜, 수정과, 나박김치, 장 김치 등과 함께 세주(酒)를 차립니다.
•떡국: 한양 세시기(漢陽歲時記)」를 살펴보면 정월 초일에는 반드시 떡국을 먹는다는 것이 나타나 있으며, 옹희잡지』에는 흰떡 및 흰떡국의 조리법이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습니다. "좋은 쌀을 가루로 만들고 체에 쳐서 물로 고수레한 다음 시루에 쪄서 안반 위에 놓고 떡메를 쳐서 조금씩 떼어 손으로 비벼 둥글고 길게 문어발 같이 늘여 놓은 떡(비빈 떡, 골무떡)을 장국이 펄펄 끓을 때 누에고치 모양으로 잘라서 끓입니다 (조랭이떡국). 이때 쇠고기, 꿩고기, 닭고기 등을 넣기도 한다."라고 되어있습니다.
• 세주(歲酒, 屠蘇酒 사람의 혼을 깨어나게 한다는 뜻) : 육계(肉桂), 산초(山椒), 백출(白朮), 방풍 등 여러 약재를 넣어 만든 술로 설날에 마시면, 병이 생기지 않고 오래도록 살 수 있다고 전해집니다.
• 강정류 : 금화경독기(金華耕讀記)』에는 세찬이 없어서는 안 되는 음식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고사십이집(事二集)』에는 다음과 같은 강정 만드는 법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조강 정법으로 찹쌀가루를 술로 반죽하여 편을 지어 그늘에 말려서 유전(油한다. 그러면 자연히 중공(中空)이 생기고 부푸니, 이것에 조청류를 바르고 그 위에 깻가루 혹은 팥고물 등을 묻혀 만든다."라고 하였습니다.
• 만두 :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 동그랗게 도려내고 꿩고기나 돼지고기, 숙주, 두부 등으로 만든 소를 싸서 찜통에 쪄냅니다.
• 약식 : 찹쌀을 쪄서 대추, 밤, 기름, 꿀, 간장 등을 섞어 함께 찌고 잣을 박습니다.
• 인절미: 찰밥을 쪄서 절구에 놓고 치대어 반죽을 만들어 길게 늘어뜨려 일정한 간격으로 잘라 콩고물(백두, 녹두 등)을 묻혀 먹었습니다.
• 전유어 생선, 고기, 채소 등을 얇게 저미거나 다져서 밀가루, 달걀물을 묻혀 번철에 지져서 먹습니다.
• 편육 : 양지머리나 사태 등을 푹 삶아 내어 물기를 빼어 보자기에 싸서 눌러 얇게 저민 음식입니다.
・빈대떡:녹두를 물에 불려 맷돌에 간 후에 고사리, 돼지고기, 숙주 등을 반죽에 섞어한 국자씩 떠서 번철에 지져 먹습니다.
• 식혜 : 엿기름가루를 따뜻한 물에 담가서 잘 지은 밥에 빚어 넣어 삭으면 시원한 데에 두고 먹습니다. 잣을 띄우기도 합니다.
• 수정과 생강을 거피하여 얇게 썰어서 통후추와 함께 냄비에 담고 연수를 넣고 한참 끓여서 자기 항아리에 담고 여기에 좋은 곶감을 넣어서 실백을 띄워 먹는다."라고 옹희잡지에 조리법이 나와 있습니다.
② 입춘(立春)
음력 12월 말이나 정월 초에 오는 절기로 입춘오신반(立春五辛盤)이라 하여 움파, 산갓, 당귀싹, 미나리 싹, 무 등의 5가지 시고 매운 생채요리를 만들어 새봄의 미각을 돋우었습니다. 음식으로는 탕평채(蕩平), 승검초 산적, 죽순나물, 죽순찜, 달래장, 달래 나물, 냉이나물, 산갓 김치입니다.
③ 정월대보름(上元日, 烏忌日)
신라시대부터 지켜온 명절로 달이 가득 찬 날(음력 1월 15일)이라 하여 재앙과 액을 막는 제삿날(祭日)입니다.
• 귀밝이술(耳明酒) : 이른 새벽에 청주 한 잔씩을 데우지 않고 차게 해서 마시는데, 귀가 밝아질 뿐 아니라 1년 동안 좋은 소식만 듣는다 하여 부녀자들도 마셨습니다.
• 오곡밥(五穀飯, 百家백집에 나누어 먹는 것이 좋다는 뜻) : 5가지 이상의 곡식을 섞어지은 밥으로 약식이 보다 보편적인 형태로 변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상원 날에는 세 집 이상 남의 집 밥을 먹어야 그해 운이 좋다고 합니다. 평소 세 번 먹는 밥을 이 날은 아홉 번 먹어야 좋다고 하여 여러 집에 다니며 오곡밥을 얻어먹기도 하였습니다.
• 묵은 나물(陳菜)『한양 세시기』와 『열양세시기 등에 기록이 있다. 고비, 도라지, 석이, 표고, 무, 숙주, 콩나물, 오가리, 시래기 등 9가지로 만들며 이것을 먹으면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합니다.
• 복쌈 : 김, 배춧잎이나 나뭇잎(취)에 밥을 싸서 먹는 것을 말합니다.
• 부럼(固齒之方): 아침에 눈을 뜨는 대로 날밤, 호두, 은행, 잣, 무 등을 깨물어 먹으면 1년 동안 부스럼이 나지 않을 뿐 아니라 이가 단단해진다고 합니다.
• 원소병(元宵餅) : 화채의 일종으로 옹회잡지에 "찹쌀가루에 대추와 설탕을 넣고 조린 것으로 속을 넣어 달걀형으로 만들어서 설탕물에 익혀내어 그 즙과 함께 먹었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④ 중화절식(中和節食)
정조 병진년(1766)에 음력 2월 초하루(1일)를 당나라 중화절을 본떠 농사일을 시작하는 날로 삼았습니다.
• 송편(松餅) : 정월 보름날 볏가릿대에서 벼이삭을 내려다가 흰떡을 만듭니다. 크게는 손바닥만 하게 작게는 달걀만 하게 만들어 검정콩, 푸른 콩 혹은 팥의 속을 넣어 시루(찜통에 솔잎을 깔고 쪄낸다. 예전에는 이것을 종들에게 나이수대로 먹여 머슴들을 위로하였다 하여 이 날을 노비(奴婢, 머슴날)이라고 하였습니다.
⑤ 중삼절식(三月三日,重三節食)
봄을 즐기는 음력 3월 3일 삼짇날입니다. 들에 나가 두견화전, 화면, 수면, 진달래 화채, 향애단, 쑥떡, 탕평채 등을 만들어 먹고 노는 화전놀이를 하였습니다.
•화전(花煎) 진달래꽃을 따서 꽃술을 빼고 찹쌀가루를 반죽하여 꽃을 붙여 지집니다.
•화면(麵) : 오미자(五味子)를 찬물에 우려내어 꿀을 타고 진달래꽃은 녹두 녹말에 묻혀서 끓는 물에 살짝 익혀 건져 잣과 함께 띄워 냅니다.
• 수면, 청면(水麵 淸녹두녹말을 물에 풀어 놋 쟁반에 얇게 펴서 중탕으로 반만 익혀서 말갛게 익힌 후 채로 곱게 썰어 오미자 국물에 띄워냅니다.
⑥ 한식(寒食, 淸明食)
동지로부터 105 일째 되는 날로 성묘 갈 때 가지고 가는 음식은 약주, 과일, 포, 식혜, 떡, 국수, 탕, 적 등입니다.
⑦ 춘절 시식(春節時食)
3월이면 모시조개를 넣고 국을 끓여 먹었는데, 이때가 조기가 가장 맛있으므로 조기국, 조기찌개를 끓여 먹기도 하였습니다.
• 탕평채 : 묵무침으로 경도잡지(京都)의 기록에 보면 "녹두유(청포묵)에 제육, 미나리채를 초장에 조미하면 늦은 봄의 요리로서 극히 좋은 맛이다."라고 씌어 있습니다. 이는 영조의 당파 싸움을 마무리짓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합니다
• 수란 : 끓는 물에 달걀을 깨뜨려 넣고 반숙하여 초장과 함께 먹습니다.
·웅어 : 한강 하류 고양군 양주에서 나는 물고기로 회나 웅어 강정을 만들어 먹으며 왕가에도 진상하였습니다.
•서여증식(食) : 마를 캐어다 쪄서 꿀을 찍어 먹습니다.
•환병(環餅) : 멥쌀로 만든 흰떡에 팥소를 넣고 오색빛을 찍어 다섯 개를 염주처럼 꿰어 만든 것을 환병이라 합니다.
• 남주북병(南酒北餅): 남산 아래에는 양조를 잘하여 좋은 술이 많고, 북쪽 북촌에는 좋은 떡을 잘해 먹으므로 붙여진 이름입니다.
• 사마주(四馬酒) : 5일마다 네 번 양조를 거듭해 두면 봄이 지나 익는데 일 년이 지나도 변치 않음을 일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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